졸업식

졸업식을 이틀전 토요일 날 하고 왔다. 가기 전에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하지는 않았다. (캐리어에서 옷 꺼내서 다시 스팀으로 다림질 한다고 시간이...) 오랜만에 만난 동기 형이랑 얘기를 쪼~금 했는데 시간이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서둘러 잠을 청하러 들어갔었다. 즐거운 만남은 유독 시간이 빨리 간다. 되돌아보면 항상 뭔가 중요한 이벤트 전날은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졸업식 당일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형수님 왈 '오히려 이게 우리 도시다운 날씨라서 좋다' 고 해서 비가 오는 것까지도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빛나는 햇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비를 뚫고 졸업식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수많은 인파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잠깐 멈칫했었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나다' 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올라가니 그제서야 반가운 얼굴들도 보이고 함께 입학했던 동기들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아침으로 맥모닝을 가져갔었는데 (이거 결국 못 먹고, 눈물을 머금고 버리고 행사장 들어감), 교수님이 내가 바리바리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시더니 "맥도날드 먹는구낰ㅋㅋ"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잠깐 담소를 나누다가 교수님은 행사장에 먼저 대기하고 계셔야 하셔서 자리를 떠나시고, 나를 포함한 예비 박사생들, 석사생들, 그리고 학부생들 까지 모두 대기하고 있었다. 특히 박사 학위수여자들은 후드를 걸어야해서 어떻게 준비해서 가져가야 하는지 행사 진행 스태프가 잠깐 보여줬는데 조금 버벅이긴 했다. 박사라고 해서 모든 것에 통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졸업식 행사장에 들어가니 많은 인파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가족, 연인, 친구 등이 행사의 주인공들을 박수로 맞이해주었다. 노래도 밝은 노래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이제 진짜 실감이 났다.

'졸업을 하는구나!'

학부생들부터 한사람씩 호명을 하면서 학위증을 수여해주었는데 은.근.히 아니 사실 좀 길었다! 한 두명이 아니다보니 그럴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각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정도쯤이야 별거 아니었다. 한사람 한사람 학위증 받을 때, 한번도 빼먹지 않고 박수쳐주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잠깐 식순에 혼동이 있었지만 무사히 지도교수님과 학과장님으로 부터 학위와 후드를 수여받았었다. 악수도 하고, 학위증도 받고, 그 순간의 사진도 함께 찍었는데 정신이 없어가지고 좋긴 했는데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행사장을 나와 로비에 들어오니까 이제 슬슬 정신도 돌아오고 기쁘다는 감정이 팍팍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를 기다려 준 (진짜같은) 우리 가족들을 보니 '졸업식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한껏 웃음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님과 랩 동료들과 사진도 찍고, 담소도 잠깐 나누고, 우리 가족들이랑도 사진을 찍었다. 그 날의 감정과 기분은 다시 느끼기 어렵겠지만, 그 잔상은 아주 오래 강렬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이후의 감상은 다음편에서 이어서 하는걸로... 이제 자야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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