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이어서...2

숙소로 돌아오고 난 이후에 우리는 잠깐 쉬려고 했었는데, 점심부터 시간이 조금씩 밀린 탓일까.. 돌아와서 씻고 잠깐 쉬고 있으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본격적인 가족들끼리의 시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가지고 온 술과 주문한 음식들을 펼쳐두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끼리 몇달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대학원생일때도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는데, 몇달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서일까 평소보다 더 즐거웠다. 그리고 박사 과정이라는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보니, 우리들이 처음 만났던 때의 얘기들도 종종 나왔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들이 보는 나라는 사람은 파티가 있을 때, "처음에는 그다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왔다가 나중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를 하고 있었다더라" 는 목격담이나 "특정 인물들이 없는 파티에는 잘 오지 않았다더라" 는 근.거.없.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너무 즐거웠고 그 시간, 그 공간,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나중에는 힘이 좀 없어서 텐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즐거운 기분은 쭉 계속되었다. 평소보다 술을 조금 더 마신 형과 형수님은 마지막 즈음에 소리소문없이 방에 자러 들어갔다. 파티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 때 즈음에 문득 들었던 생각은 '가족들 다 가고, 형과 형수님은 자고 있고, 나만 혼자 남아 뒷정리랑 설거지를 하면 어떡하짘ㅋㅋ' 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이게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도 있었던 게, 한두사람이 온게 아니고 열몇명이서 놀다보니, 혼자서 정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조금 했었다. 그래도 다행히 다들 가기전에 도와줘서 힘들이지 않고 정리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상대적이다.' 라는 말을 느껴보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길 바란다. 그날의 하루는 시간이 참 빨리도 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거진 다 정리되어 있는 집을 보고 형이랑 형수님은 마지막에 가족들을 배웅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베트남 쌀국수 집에가서 조금은 매콤한 국수로 해장을 했다. 이후에 소위 힙하다는 카페에서 가볍게 후식으로 커피를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형이랑 형수님이 자비롭게도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주길래 마다하지 않고 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작은 논쟁이 있었다. 그 논쟁은 전날 오랜만에 보게 된 후배의 말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후배가 했던 말 중에 "짐짝을 픽업하러 가야된다." 라는 얘기에 형은 "짐짝=물건" 이라고 생각했고, 형수님과 나는 "짐짝=사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각자가 가진 나름의 근거가 있어서 쉽사리 어느쪽이 맞는지 알수가 없었다. 결국 당사자인 후배한테 직접 물어보고 나서, 형수님과 내가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공항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형수님한테서 내가 목 베개를 빠지고 갔다는 전화에 다시 돌아갔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까지가 2박 3일 여정의 줄거리이다. 물론 비행기가 두시간 반정도 지연 출발을 해서 집에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다는 후일담이 있긴한데 그건 가족들이 함께 있을 때 생긴 얘기가 아니었다보니 이렇게 짤막하게만 얘기하고 넘어가자.

 

이제는 정말로 한 챕터가 끝이 났다.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부모님, 지도교수님, 그리고 우리 가족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두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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